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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Exhibition] 거침없는 영국 할머니 화가 ‘로즈 와일리전’

예술의 전당 로즈 와일리 전 포스터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3월까지 했던 로즈 와일리전에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날개를 펼치기 시작한 영국에서 온 할머니 작가,

로즈 와일리의 수많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로즈 와일리

 

 

"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걸 좋아해요.

고상한 척 하는 건 질색이에요."

-로즈 와일리-

 

미술대학에 다니던 21세, 결혼과 함께 화가의 꿈을 포기해야 한 로즈 와일리.

세 명의 자녀들을 돌보며 집안일에 전념하던 그녀는, 45세가 되던 해 영국왕립예술학교 (Royal College of Art)에 입학하여 다시

작품활동을 시작합니다. 졸업 후에도 아티스트로서 조명받지 못했지만 매일 그리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그녀.

2013년 영국 테이트 브리튼,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를 통해 대중적인 사랑을 받기 시작함과 동시에 영국 현대회화 작가에게 주는 상 중 가장 높이 평가되는 ‘존무어 페인팅 상’을 수상합니다. 이어 7세에 영국 일간지<가디언>을 통해 ‘영국에서 가장 핫한 신예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게 되면서 국제 미술계의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그녀는 세계 3대 갤러리 중 하나인 데이비드 즈 워너 갤러리 전속 작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원문 : 예술의 전당

 

로즈 와일리의 영감의 원천은 유쾌하고 자유분방합니다.

그림일기를 쓰듯 소소한 일상과 기억을 끄집어내어 일기처럼 그림을 그려냅니다.

또한 영화, 패션 사진, 문학, 신화, 역사, 뉴스와 잡지, 스포츠 등과 같은 광범위한 문화 영역에서 인상적인 이미지를 발견하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작품을 완성합니다. 대중적인 소재, 자유로운 표현력, 유쾌 발랄한 컬러로 뒤덮인 로즈 와일리의 커다란 캔버스는 그녀의 포기하지 않았던 인생의 열정이 더해져 관람객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원문 : 예술의 전당

 

로즈 와일리 작품들의 가장 큰 특징은 '거침없음'이였습니다.

얼핏보면 거침없다는 단어가 조금은 미숙하고 가공되지 않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그녀의 작품속에는 분명히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직관적으로 드러납니다.

로즈 와일리의 작품과 같이 자녀를 낳고도 미술을 향한 열망만으로 그림을 그리게 된 그녀의 행보 또한 거침이 없으며,

이는 많은 여성들에게 귀감이 되며 희망을 주었습니다.

 

그녀가 미술을 배운 나이 45세, 사회화가 매우 단단하게 형성된 나잇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작품들은 매우 날 것입니다.

우리가 규정하는 ‘잘 그린 그림’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로즈 와일리의 그림은 명암, 틀, 심지어 사조까지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얼핏 보면 이러한 작업이 굉장히 쉬워보이지만, 이미 많은 정보를 습득한 나이에는 전혀 쉽지 않은 도전이라 생각합니다.

 

아이러니하게 그녀의 작품에는 ‘따뜻함’과 ‘거침없음’이 동시에 나타납니다.

텍스트로 표현하였을 때는 전혀 병존할 수 없을 것 같은 단어들이지만, 그림속에서는 두가지가 자연스럽게 공존합니다.

 

표현 방식에서는 누구보다 거침없는 선처리, 면처리가 드러나지만 그녀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들은 순수한 아이와도 같아, 왠지 모를

애틋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녀의 그림은 가식적이지 않고 투명한 매력이 있습니다.

 

로즈 와일리의 작품들은 대다수가 규모가 있는 편으로, 여기서 다시 한번 거침없고 도전적인 그녀의 성격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큰 컨버스들을 이어 붙혀 마음껏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시각 언어로 표현한 모습에 매료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로즈 와일리의 특징 중 하나는 텍스트를 그대로 그림에 끌고 오는 것입니다.

그녀는 그림을 이미지에 국한하지 않고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언어를 적절히 이용해 마치 그림일기처럼 담담하게 그려냈습니다.

 

영화, 스포츠, 잡지 등 다양한 일상을 주제로 한 그녀의 그림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쉽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기존에 ‘문화’라는 단어는 예술적인 관점에서 마치 상위 계급층의 전유물처럼 느껴지며 많은 사람들에게 마냥 친숙하게 느껴지는 어휘는

아니였지만, 로즈 와일리와 같은 작가들이 다양한 주제와 형태로 더 많은 사람들이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예술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시를 보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그녀의 화풍이 일관되지 않는다는 점이였습니다.

특히 인체와 사람을 그릴 때마다 달라지는 로즈 와일리의 화풍을 보며, 그녀는 세상을 보이는 데로 그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그림들을 가까이서 관찰하면 인위적으로 터치를 거칠게 하지도, 매끄럽지도 않게 표현한다는 점에서

로즈 와일리는 정말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자유롭게 본인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화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 사진들은 로즈 와일리의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한 모습입니다.

어질러진 신문지, 곳곳에 물감들은 그녀가 얼마나 작품에 몰입하고 애정하는 지를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었던 공간이였습니다.

 

로즈 와일리의 그림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그녀가 그림을 수정하는 방식이였습니다.

그림은 섬세하고 꼼꼼한 사람이 그려야한다는 편견을 뒤엎기라도 하는 듯, 천을 삐뚤빼뚤 잘라서 그림 위에 덧대어 붙힌 점이

기존의 틀을 다시 한번 깨는 것 같아 인상 깊었습니다.

 

 

Editor |  유하영